캐나다는 어떻게 ‘AI 성지’가 됐나

2019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이 선정한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세계 3위의 나라. 유니콘 기업수 세계 8위(18개·CB인사이트 2022년 2월 기준)이자 성인 인구 중 스타트업 활동 비율이 18.7%로 세계 1위인 나라(Statista 2019). 친환경적인 자원국가에서 첨단기술 국가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캐나다 이야기다.

캐나다는 일찍부터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인공지능 전문가 시스템(인간 전문가의 의사 결정 능력을 모방한 컴퓨터 시스템)을 응용해 1970년대부터 AI 자동번역 시스템을 개발한 나라도 캐나다였다. 학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연구 그룹을 형성했고, 민간 기업의 자금 지원으로 AI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이 같은 AI 연구기반 덕분에 2006년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세계 최초로 딥러닝 방법론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는 전 세계에 AI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캐나다의 AI 분야 스타트업도 학계의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토대로 성장했다. 캐나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 인공지능 발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까지 촘촘히 엮은 혁신 생태계

지역단위 혁신 생태계를 범국가적으로 확대한 것도 도움이 됐다. 캐나다 정부는 중소도시들을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육성했다. 토론토와 몬트리올, 에드먼턴, 밴쿠버가 ‘AI 4대 성지’로 성장했다. 특히 에드먼턴에는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소, 토론토와 몬트리올에는 페이스북과 구글, 삼성 등 대기업 연구소들이 진출해 ‘신경망 기반’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업 주도의 커뮤니티 네트워크 확대가 긍정적 영향을 줬다. 캐나다에서 가장 활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곳은 온타리오주의 토론토·워털루 일대다. 1950년 워털루·키치너 지역의 기업인들이 주도해 형성한 커뮤니티가 모태였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 나은 교육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워털루대학과 지역 기업들이 산학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기업이 주도해 설립한 다양한 커뮤니티는 캐나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00년 토론토에 설립한 마스(MaRS)는 캐나다 최대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로 120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1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북미 최대 인큐베이터 중 하나다.

대학들도 일찍부터 창업 및 기술인재 등 혁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기업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MIT’라고 부르는 워털루대학교가 대표적이다. 1950년대에 세계 최초로 기업 수요에 맞춰 인력을 양성하는 ‘주문형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산학연 연구개발(R&D) 네트워크의 개방성도 장점이다. 대학교와 연구소 간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연구기관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AI 3대 연구기관인 토론토대학 벡터연구소, 몬트리올대학 및 맥길대학의 파트너십으로 설립한 알고리즘 러닝연구소(MILA), 앨버타대학에서 설립한 머신지능연구소(AMI)가 대표적인 예다.

쾌적한 도시 생활환경도 영향을 주고 있다. 캐나다 도시들은 실리콘밸리 등 미국 도시의 고소득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다. 캐나다에는 200개 민족, 600만 이상의 이민자들이 거주한다. 친환경적인 도시 생활환경과 다문화주의가 우수 인재와 기업들에 매력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매년 10만명 이상의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돼 전 인구의 20%가 이민자인 다민족 문화를 보인다. 이는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비자제도와 함께 지난 10년간 400여개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테크 분야 스타트업 활발한 활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성장을 돕고 있다. 연방정부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캐나다 액셀러레이터 및 인큐베이터 프로그램(CAIP)’을 통해 범국가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2020년 4월에는 중소 스타트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IRAP 프로그램에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발표하며 생태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고 있다. 캐나다는 매년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분야의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한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국 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대표적인 행사로 2014년부터 열려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콘퍼런스로 성장한 ‘콜리전 콘퍼런스(Collision Conference)’가 있다. 140개국에서 4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테크 분야의 올림픽’으로 국내 기술 스타트업이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등용문 중 하나다. 2017년 처음 열린 ‘엘리베이트(Elevate)’도 테크 관련 콘퍼런스 중 하나로 200여개의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테크 관련 기술 동향과 함께 구글,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분야별 기술사례 등 다양한 세미나를 제공한다. 2019년에는 딥러닝의 대부인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인공지능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큐베이터로는 CDL이 있다. 토론토대학 산하의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로 캐나다, 미국, 영국 등 7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초기 스타트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주로 인공지능, 블록체인, ICT 등 소프트웨어 기반 테크기업을 지원한다. 캐나다가 4차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분야 중심의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인 FGS도 있다.

선물신용카드 스타트업인 코호(KOHO), 최소 투자금액의 제한을 없애 소액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주식거래 플랫폼 웰스심플(Wealthsimple) 등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다.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른 캐나다의 쇼피파이(Shopify)는 온라인 플랫폼 ‘쇼피파이 밸런스’ 서비스를 통해 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투자금액과 건수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AI가 산업 전반에 접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AI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AI 등 주요 분야에 안정적인 VC 투자가 이뤄지면서 2013년 12억달러였던 투자금액이 2018년 35억달러를 기록했다. 투자 건수도 같은 기간 250건(2013년)에서 2018년 471건을 달성했다. CB 인사이트(2019)가 뽑은 세계 100대 AI 기업에 캐나다 기업으로는 엘리먼트 AI(Element AI)를 비롯해 딥제노믹스(Deep Genomics), 레이어6(Layer6), 말루바(Maluuba) 등이 이름을 올렸다. e메일과 개인 메신저의 장점을 결합한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 툴 ‘슬랙(Slack)’, 소셜 미디어 관리 플랫폼인 ‘훗스위트’(Hootsuite), AI 기반 영상보안 기업 ‘아비질론(Avigilon)’ 등이 캐나다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들이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